수지학개론, 아니 건축학개론을 보고 왔다.
한국 멜로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아련했던 첫사랑 그 때의 이야기다.
돈도 없고 능력도 없고 아무것도 없이 단지 사람을 사람으로서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던 그 때가 있었다.
"그 사람이 행복하다면 나는 괜찮아"
"야 나 다 관둘란다" "병신아 니가 뭐한게 있다고 관둬"
순수함 외에는 내세울 것 없던 지금보면 오글거라고 병신같지만 그것 모두가 아름다웠던 그 때의 이야기다.
"남자들은 평생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
는 클리쉐 오브 더 클리쉐가 있다. 클리쉐가 될만큼 진부하게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바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난 이게 완결되지 못한 사랑이기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시작하는 순간이 있으면 끝나는 순간이 있다.
첫사랑,, 특히 짝사랑이 아련하고 가슴아프게 남는 건 사랑이 끝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가장 로맨틱하고도 핵심적인 장면은 바로 집을 완성하고, 창문 너머 밤바다를 보면서 맥주 한캔을 마시다가 현재의 승민이 현재의 서연에게 "내가 널 많이 좋아했었으니까"라며 담담하게 고백하는 장면이다.
사랑이 끝나는 순간이다.
결혼을 한달 앞두고 도저히 더 시간을 낼 수 없음에도 승민이 다른 일보다 서연의 집을 만드는 걸 최우선시 한 건 아직 첫사랑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사랑은 끝났지만 남아 있는게 있기 떄문이다.
사랑을 하는 동안 무엇인가를 이루어야한다는 건 웃긴 말이겠지만 승민에게 서연의 집을 건축하는 일은 우리가 사랑이 끝난 후에야 '아 그 때 왜 그러지 못했을까..', '이걸 왜 해주지 못했을까' 하며 후회화게 되는 그 무엇인가를 상징하는데
서연의 집 건축을 끝내며 승민의 첫사랑도 완결된다. 남아있는 후회 같은 것까지 완전히 끝냈고 그제서야 사랑이 끝났음을 상대방에게 담담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야 첫사랑을 잊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여기까진 참 좋았다. 그런데 바로 그 이후부터가 문제다.
특히 극중 엄태웅이 과거 자신이 만들어준 건축 모형을 본 후 한가인에게 갑자기 화를 내다가 키스하는 때까지.. 내내 아련하게 추억과 함께 빠져있다가 이뭐병을 외치며 확 분위기 깨지는 장면이었다.
대체 왜 화내는 건지도 모르겠고, 건축 왜 해달라고 어쩌라는 건지도 모르겠고, 서연이 자기 좋아했다는 거 안 다음에 뭐 어떻게 할 것도 아니면서 뭘 이렇게 닦달하는지도 모르겠고 또 특히 키스..(와 그 이후에 추가적으로 있었을 그 다음단계들까지) 그 때까지 첫사랑을 순수하고 아름답게 그려오다가 갑자기 불륜 치정극이 되는 느낌이랄까. 섹스에 미친 놈들도 아니고 말이지.
사실 서연도 승민을 좋아했었다.... 이 부분은 감독과 연출 혹은 극을 보는 남자들의 판타지 같은 부분인데 (내가 짝사랑했던 사람도 날 좋아하진 않았을까?) 이 영화에서였다면 그게 키스로 이어지는 게 아니고 아련하게 순수하게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이어졌어야 더 자연스럽다.
스킨십 없이, 화내며 닥달하지 말고 서연도 승민을 좋아했었음을 승민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지만 그렇다고 그게 현재의 사랑이나 스킨십, 섹스로 이어지지 않고 씩 웃고 담담하게 헤어졌어야 그 이후의 그 둘이 서로에게 아련함만을 가지고 가끔 "첫사랑은 참 아름다웠어"하고 끝낼 수 있는거지.. 또 그래야 그래야 승민이 마지막에 결혼을 하고 떠나는 장면과, 서연이 기억의 습작을 듣는 부분이 더 의미가 있어지는건데..
키스 한번에 얘네는 언젠가 일 있으면 만나서 모텔 불륜 치정극 사랑과 전쟁을 찍겠구나 하는 찝찝함이 들게하다니. 허허. 정말 최악의 선택이었다. 하긴 가치관은 다를 수 있으니까. 첫사랑하고 다시 만나서 다시 사랑하는 게 극본이나 감독의 판타지인가보지.
어쨌든 이 부분만 빼면... 뭐. 나쁘지 않았다.
이제훈 (과거 승민 역)
실질적인 영화의 주인공이다. 아니 이 얼마나 평범한 대학 초년생 같은가. 이제훈은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었다. 난 이런 역할에 특히 공감 잘하는 편인데... 사춘기 시작할 때말고는 사실 난 더 능글맞고 썅놈일 때가 더 많았는데 흠. 어쨌든 이제훈은 이제 이 배역을 극복해야한다. 극평범한 연기를 하는 것을 넘어서지 못하면 그저 그렇게 잊혀지는 배우가 되기 딱 좋아보인다.
한가인 (현재 서연 역)
해를 품은 달에 나와서 여섯살이나 어린 김수현하고 사랑 연기하다가 발연기하고 예쁜지도 모르겠다고 욕 한참 먹은 한가인은 삼십대가 되어서도 죽지 않은 미모 제대로 뽐내주신다. 특히 검은 원피스 입고 나와주셨을때는 연!정!X!X!새!끼!가 나올만 했다고 봅니다.
솔직히 이 연기 저 연기 아무거나 다 잘하는 배우는 진짜 명배우인거고 대개의 배우들의 경우는 자신의 스펙트럼에 맞는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면 연기 잘한다는 소리는 들을 수 있는 건데 한가인은 해품달에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가 여기서 그나마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엄태웅 (현재 승민 역)
엄태웅은 참 괜찮은 배우다. 요즘 적도의 남자에서 동공 연기로 엄포스라며 다시 뜨고 있던데 하여튼.
근데 얘네 집안이 그런거지 뭐. 누나도 그렇잖아. 엄정화는 가요계를 대표하는 섹시 아이콘이었지만 자연스럽게 눙치는 엄정화 연기를 보고는 배우를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었다. (갑자기 생각난건데 임창정은 배우가 아니라 가수를 했어야 했고..)
배수지 (과거 서연 역)
레진의 극찬을 인용하자면
전후무후한 남자 전용 멜로 수지학개론을 만들어내신 미쓰에이 배수지양께 박수를 보냅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자체가 이제 곧 걸림돌로 작용할텐데 사실 아이돌 가수 말고 여배우로는 내세울만한 미모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데다가 연기도 최소한의 자연스러운 연기 말고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지금은 배역을 잘 탄거니까.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고 있다.
조정석(납뜩이 역)
솔직히 영화의 40%는 납뜩이가 살렸다. 이렇게 눙치는 연기가 쉽지 않다고 보는데 흠. 빵빵 터졌다.
(사진 출처 : NAV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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